생각 하기

향 - 4.목련

나팔새 2005. 3. 6. 20:40

목련은 필때는 참 아름다운데 꽃잎이 지면 지저분한 꽃이 되어버린다.

아마 목련 꽃잎이 다른 꽃잎에 비해 약간 두껍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목련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밟기 전에 얼른 쓸지 않으면 바닥을 지저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대학교때 바뀌었다.

 

숙제와 동아리 활동때문에 학교에서 늦게 나오게 되었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린 시각이 자정.

 

그날은 이상하게도 길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어둠의 여유를 느끼면서 천천히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불이 켜져 있는 집도 없었다.

또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 고요함을 즐기면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은은한 향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고풍스럽고 고요하면서 은은한 향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나에게, 저 앞의 가로등이 눈이 들어왔다.

가로등 바로 옆에 백목련 나무가 서있었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갈수록 그 향은 짙어져 갔다.

 

나는 가로등앞에 멈춰 서서 목련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이제껏 많이 보아오고 지나쳤던 나무였는데,

왜 이제서야 난 이 꽃의 향을 느낄수 있는 것일까?

 

 

늦은 밤, 나는 한참동안 그 곳에 서서 향을 맡고 나무를 보았다.

 

 

맑은 밤하늘밑에 한줄기 바람과 고요함속에서

목련의 향은 나에게 영원을 속삭여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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